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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에 해당되는 글 1건

[글강, 2006/07/10 01:25, Game]

딱히 게임 개발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라기 보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 전반으로 소급될만한 이야기인 듯 싶지만...

아무튼 게임 개발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좌절oTL을 할 기회가 참 많다.



니코틴과 카페인과 타우린을 벗삼아... 야근으로 점철되어 땀과 눈물(?)이 함뿍 배인 게임을 출시!!!

... 라지만 유저 니마들께서는 십중팔구 '발로 만들었냐? 응?'이라 하실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oTL

그나마 출시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 십중육칠은 개발 도중에 프로젝트가 접힌다 oTL

채산이 안맞는다는 경제적 이유로 프로젝트가 접히는 경우라면 또 그나마 다행. 십중사오 팀 내에서 파워 게임이 시작되어 버리는 것을 보게 되면... 그 프로젝트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oTL

이외에도 수많은 요인들이 oTL을 불러오게 되는... 슬픈 현실이여.



이렇듯 여기저기서 좌절이 손짓하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가며... 종종 개발자들이 말장난의 oTL이 아니라, 실제로 주저앉아 버리는 것도 보게 된다. 안타깝다.

주저앉지 않기 위하여... 좌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주절주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들을 공개한다 -_-a



프로젝트가 꼬여가는 것이 점점 눈에 보인다.

아무리 개선안을 건의해도 그것은 채택되지 않으며, 내 생각과는 정 반대의 길로 프로젝트가 나아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십중팔구 삽질이 될 것이다.

결과물이 나오면 결국 묻어두었던 문제들이 터져나오게 될 것이고, 또 한번의 갈아엎음이 나를 기다린다.

하아... 이러고도 일 할 의욕이 나겠는가.


... 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




1. 그래도 월급은 나온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의욕이 빠져 주저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은 회사 밖이다. 회사 안에서 주저앉아 있는다는 것은 심하게 말해 '월급 도둑질'을 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일 뿐.

당신이 하고 있는 지금의 업무가 삽질이 되고 말 것이 두려운가. 하지만 그 삽질로 인해 야기되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회사이지 당신이 아니다.

삽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삽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삽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 뿐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면 그만큼의 권한을 가지고 있을테고, 권한이 있으면서도 빤히 눈에 보이는 삽질을 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삽질을 한다는 것은... 당신이 말단 실무자라는 이야기. 돌려 말하자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위치. 또 한번 돌려 말하자면... 삽질을 해도 월급이 나오는 위치라는 뜻이다. 한바퀴 휙 돌려 생각해 보면 실로 행복한 위치가 아닌가?

삽질을 해도 월급은 나온다. 아아 월급이 안나온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으니 제외. 비전도 안보이는 주제에 월급도 안나오는 회사에 몸담고 있을 이유가 있다면 누군가 알려주시라.

음? 돈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성취욕은 어떻게 하느냐고...? 아 진짜 멋진 게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데! 세상이 나를 안도와주네! 이놈의 세상은 틀려 먹었어! ... 라고 하시는 분들은 저기 고등학교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20살 넘어서도 이렇게 생각하며 살지는 말자.

때려치고 나가서 자기 회사를 차리든가. 아니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든가. 방법은 많다.

그러지 않으면서... 회사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이미 지불받고 있는 상태에서 '의욕 저하'라는 이유로 주저앉는 것은 결국 '월급 도둑질'일 뿐이다. 계약을 했다면 계약의 대가만큼 노동을 제공하라.

월급에는 삽질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

어른들이 흔히 말씀하시지 않던가. '세상이 만만해 보이냐' 내지는 '남의 돈 먹는게 쉬울 줄 알았냐'라고들.

... 라고 뭔가 잘난척 훈계조로 떠들어 대기는 했는데... 낄낄.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은 이런 생각만으로는 없던 의욕이 되살아나지 않는 법. 그래서 처음에 말했다시피... 이건 가장 밑바닥이다.



2. 실무는 나의 것

삽질은 말단이나 하는 것. 말단은 실무자.

위에서 아무리 blah blah 오만 소리가 내려온다 할지라도, 그것들은 대부분 총론이다.

예를 들자면 '게임이 이래서야 현거래가 활성화 되겠어? 아이템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어!'라는 정도랄까.

총론이라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사실 선택의 문제에서 정답은 없다.

아이템 중심의 게임이 좋은 게임일까? 캐릭터의 스탯 위주로 밸런스가 편성되는 게임은 좋은 게임일까? 이 둘이 50:50 정도의 비율을 가지는 게임이 좋은 게임일까? 정답은 없으며, 모든 것은 case by case이다.

두리뭉실하게 말하자면... 어떤 선택을 할지라도 '잘' 만들면 다 '잘'된다.

그럼 그 '잘' 만드는 것은 누가 하는가? 총론이 선택한 방향성을 향해 각론의 레고 블럭을 쌓아가는 것은 누구인가? 실무자이다.

... 잠깐. 이 쯤 되면 뭐가 불만인지 아리송해진다. 게임을 잘 만들고 싶다는 성취감을 원하는 것은 당신이고, 그 잘 만들 수 있는 실무를 담당하는 것도 당신이다. 그럼 잘 만들면 되잖아?

"어라어라어라! 잠깐! 하지만 나는 그 총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 라고 하신다면 그것은 참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랄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총론은 선택이다. 선택에 정답은 없다.

물론 그 선택과 당신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선택이 채택된 선택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내 생각이 최선이야! 이 총론은 바보같은 소리일 뿐이라고!' 내지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이러저러해야지! 이런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아집일 뿐. 정답은 없다. 다만 유저들의 선택이 있을 뿐.

그리고 잠깐 다시 밑바닥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 총론에 대한 책임은 총론을 내린 사람이 진다니까 ㄱ-

결국 각론을 결정해 나아가는 것은 실무자인 당신이다. 테이블에 기입할 수치를 결정하는 바로 당신.

일하지 않겠는가. 잘 하면 된다.

... 라지만 역시 아무리 봐도 삽질이라고? 음음음. 뭐 그럴 수도 있다 충분히. 낄낄낄. 세상 일이 이따위 몇문장으로 도식화될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니까. 자 다음 공성장벽으로 넘어가보자.



3. 그래서 경험은 남는다

"이 일을 해봤자... 결국 안된다니까. 열심히 해서 뭐할건데?"

... 라고 생각할 시간에 열심히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잘' 되면 물론 좋지. 그 게임은 대박치고 개발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끝.

... 하지만 2번에서 말했던 것을 지금 바로 뒤엎어 버리거니와... 십중팔구는 '잘' 안된다 oTL

그렇게 쉽게 '잘' 되면 세상에 게임 못만들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오 ㄱ-

그래서 잘 안되면? 뭐가 남는가? 최소한 '경험'이 남는다.

한사람의 일생을 게임 개발자로 살아가며, 과연 몇개의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런칭까지 성공하는 게임은 아무리 많아봐야 10개를 넘기기 힘들다.

도중에 접히는 게임은...? 역시 아무리 많아봐야 100개를 넘길 수 있을까?

한번의 프로젝트 내에서 하게 되는 삽질의 수는? 사실 접힐 프로젝트라면 삽질의 총 수는 5번이 되기 힘들다. 그 전에 접힐테니까 ㄱ-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의 대박을 내기 위하여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500번이 채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흐아... 하나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도공이 깨버리는 수천개의 도자기와 비교하자면, 우리가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무지하게 적다.

삽질은 달리 말하자면 소중하고도 소중한 연습의 기회이다. 최소한에서 최소한을 본다 할지라도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라는 가르침은 얻을 수 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주저앉아 버린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있다. 당신의 인생에 찾아오는 기회 한번을 그냥 주저앉아 날려버릴 뿐이다.

아깝지 않은가?

난 아깝다.

사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방어 기제가 바로 이 녀석이다.

삽질은 경험이다. 경험은 가르침을 남긴다. 이 가르침은 나를 성장시킨다. 그래서 삽질은 소중(?)하다.

물론 이 경험들이 뭐 내 찬란한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느니 그딴 장밋빛 환상을 품지는 않는다. 하지만 할미꽃 정도의 기회의 왔을 때, 그나마의 기회라도 잡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 경험을 얻기 위해 난 아직도 삽질에 배고프다.

여기까지의 방어 기제를 거치고도 해결이 안된다면... 뭐 내가 더 해줄 이야기는 없다.


...

...

...

얏호~ 간만에 잘난척 물씬 풍기는 포스팅.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내가 뭘 안다고 이딴 소리를 늘어놓고 앉았나 싶기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여기에서 주절거린 생각들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이 생각에는 크나큰 허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결국 현실 안주일 뿐이잖아!'라는 구멍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이딴 생각으로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을는지 몰라도, 결코 현실을 개선할 수는 없다. 지극히 수동적인 생각일 뿐이다. 부족하다.

능동적으로 나서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슨 생각이 더 필요할까? 글쎄...



4. 그리고 프로가 남는다

아직 부족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 무언가가 더 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더 나아가면 어떤 생각이 남게 될까?

예상하거니와... 세상이 선사하는 좌절들을 웃어 넘기며, 상황을 컨트롤하는 '프로'가 남지 않을까.

세상의 수많은 '좋은 이야기'에 종종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그놈의 '프로 정신'이라는 것이 대체 뭔지 아리송하지만... 어렴풋이 이러한 생각의 끝에 남는 것은 결국 professional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뭐 프로라는 것이 꼭 부와 명예를 선사해 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성장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사실 그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릇이 작은걸까?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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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옷 | 2006/07/10 22: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왠지 이맘때 사람들이 해이해지는 타이밍인가... 저희 동아리 에도 이와 비슷한 글이...

동아리 분은 "자존심"싸움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후음 역시 늘 잘 읽고있습니다.

근데 그분은 결과물의 퀄리티도 나아야한다고 해서... 노력은 하지만 결과물 없는 실력의 필부는 힘들군요.
글강 | 2006/07/11 09:43 | PERMALINK | EDIT/DEL
자존심 싸움이라... 훨씬 고차원적이군요 ㄱ-
돈받고 일하는 것이 아닌 동아리라면 더더욱 그런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필요할는지도 ;
고어핀드 | 2006/07/11 00: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깨는 수천 개의 자기에 비해 게임개발자가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훨씬 적다...
저같은 초짜한테 더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어요 :)

...움히히 나는야 새파랗게 젊은 햇병아리(?)
글강 | 2006/07/11 09:43 | PERMALINK | EDIT/DEL
졸업이나 하셈.
... 이기 전에 군대나 다녀오셈 -_
불멸의하데스 | 2006/07/11 03: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터넷 후비적 거리다가,
옛날 모 쪽방에서 행뉨의 집주소가 기억난지라~
이렇게 행차해 주셨소이다.

안부는 여쭙지 않으리다~
조만간 뵐듯..ㅋ
글강 | 2006/07/11 09:44 | PERMALINK | EDIT/DEL
... 뉘시옵? -_-a
내가 아는 동생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닉으로 글을 남겨야 내가 알아먹지! 버럭!
| 2006/07/11 16: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글강 | 2006/07/11 20:05 | PERMALINK | EDIT/DEL
원래 불펌 환영입니다 ( '')
제엠 | 2006/07/22 03: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 월급같은건 애초에 없으니 경험만 남는건가요 -_-..
여튼 올 한해 경험은 미친듯이 쌓았습니다.
글강 | 2006/07/22 13:14 | PERMALINK | EDIT/DEL
나름 훌륭한 재산 ( '')
키즈 | 2007/11/28 16: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글 감사합니다. 심히 좌절 상태에 빠져있었는데 오하시스를 만난것 같습니다.
"회사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이미 지불받고 있는 상태에서 '의욕 저하'라는 이유로 주저앉는 것은 결국 '월급 도둑질'일 뿐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글강 | 2007/11/28 18:34 | PERMALINK | EDIT/DEL
보잘 것 없는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좌절은 주기반복이라 (...) 바닥을 치면 다시 반등하고 좋아질 겁니다 :)
그 다음 다시 찾아올 좌절은 일단 외면하면 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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