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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5/08/09 11:21, Game]
언제부턴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의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 있다. 바로 '게임성'이다.
더도 말고 5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볼 수 없었던 듯 싶은데... 요즘은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 게임은 게임성이 없어', '돈은 잘 벌지만 게임성이 없어' 등등등.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단 한번도 게임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정의한 글은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만 그 정의를 모르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서 그 말을 쓰는걸까?
게임성이라... 흔히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걸 생각해볼 때, 쉽게 생각하자면 '게임을 게임답게 구성하는 요소들의 퀄리티와, 조화를 이루는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 듯 싶다.
게임의 구성 요소 개별이 얼마만큼의 독창성과 높은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는가? 아울러 이 요소들은 얼마나 조화롭게 아우러져 있는가?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그 게임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이 모든 것들의 종합 척도가 바로 게임성인 듯 싶은데...
뭐 간단하네? 그럼 이제 앞으로 '게임성'을 기준으로 하여 게임을 평가할 수... 있는걸까?
그럴 리가 있나. 당신은 저 위에 늘어놓은 것들이 특정 기준으로 측정 가능한 것들이라 생각하는가?
일단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구분하는 방법 자체가 기술적으로 나누자는 건지, 개념적으로 나누자는 건지도 모호하고, 그 요소의 독창성과 퀄리티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이라면 기술적으로 '서버 파트', '클라이언트 파트', '3D 파트', '2D 파트', '기획 파트', '홍보 파트', '운영 파트' 등으로 다 나누어서 개별적인 퀄리티를 평가하자는 건가? 아니면 개념적으로 '커뮤니티 시스템', '게임 룰', '레벨 디자인', '등급 밸런싱', '캐릭터 디자인', '사회 시스템', '경제 시스템' 등으로 다 나누어서 개별적인 퀄리티를 평가하자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평가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독창성과 퀄리티는 무슨 수로 평가하는가? 아이디어의 독창성이 와닿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나는 '괴혼'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그게 뭐...?'라며 무덤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퀄리티? 기술적 퀄리티는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하드웨어 최적화? 그렇게 따지면 EQ2같은건 살인적인 사양을 요구하므로 낙제일까? 하지만 애초에 EQ2는 고사양 게임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컴퓨터가 좋은 유저에게는 EQ2의 최적화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가변적인 것을 기준으로 세울 수 있는가? 그래픽 퀄리티? 이건 정말 100%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 기준? 그런게 어디에 있는가?
결국 개별 요소를 나눌 수도, 그 요소들의 퀄리티를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럼 당연히 그 요소들의 조화로운 아우러짐 - 게임의 재미를 평가할 수도 없게 되지 않는가?
내가 미칠듯이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이라 할지라도, 당장 내 여자친구에게는 '재밌냐? 응? 재밌냐? 응?'이라는 반문만을 자아낼 뿐이다. 당연한 일이잖은가. 재미라는 것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에어어택... 한때 이 게임에 미쳐서 여자친구한테 엄청난 쿠사리를 -.-;
그럼 대체 게임성이란 무엇인가? 애초에 주관적인 개념으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였단 말인가... OTL 결국 게임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달라진다는 거네?
"게임성이 주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성을 인정하는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가! 평가 기준은 제각각일지라도 여러 사람들의 공통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오! 맞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개발자들이 찾고 싶어하는 그 '무언가'! 그런 것이 분명 있기는 하다. (그렇지 않다면 '히트작'이라는건 나올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특정 게임이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다행히도 게임이라는 것은 '대중 상품'이다. 하나의 상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공통적인 감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잣대라면...?
'많이 팔린 게임이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객관적인 수치를 가지고 게임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 그런데 이 쯤에서 또다시 태클이 걸려 들어온다.
"돈많이 번 게임이 최고라고? 그런 헛소리를! 게임성과 수익성은 별개의 개념이다!"
... OTL 어쩌라고오.
그럼 게임성이라는 것이 게임의 퀄리티를 측정하는 잣대이기는 한데, 그 잣대에서 수익성은 빼야 한단 말인가?
그게 말이 되는가? 세상에 재미도 없는 게임을 돈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돈주고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곧 그 사람들에게는 그 게임이 재미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그 게임은 분명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아아... 예상되는 태클.

"그거 다 현질이나 하려고 하는 거라니까!"
그럼 다시 한번 질문. '게임을 실제 경제 가치와 연계시키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예전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개인적으로는 현거래를 싫어하며,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타인의 현거래를 굳이 부정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는 현거래가 게임을 즐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 재미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성의 요소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다. 애초에 '게임은 이래야 한다'라는 자기만의 동굴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리는 것이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게임을 쉽게 매도하며, 기준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게임을 '현질 게임'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결국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말 이외에는 들을 것이 없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현질만으로 수십만명의 사람을 몇년간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어째서 '그 사람들은 내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어떤 재미를 느끼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는가?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좀 졸린 프랑스 영화이긴 해도 한번쯤은 봐두길 권한다.

불어는 그 발음 만으로도 내게 졸음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_-;
결국 게임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를 재삼 확인하는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게임성이라는 것은 애초에 말도 안되는 주관적인 개념일 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게임성과, 내가 생각하는 게임성이 서로 다르고,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을진데 이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굳이 꼭 게임을 평가하고 싶다면 애매모호한 '게임성' 운운하지 말고, 게임을 나름대로 세분화하여 '자기 기준의 퀄리티'를 논하고, '자기 기준의 재미 요소'를 나열하며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라. 당신이 생각하는 '게임'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며, 해당 게임이 이에 얼마만큼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것 까지가 당신이 할 수 있는 한계라는 점을 인식하라.
그 부합성에 대해 사람들은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다 다르고, 아는만큼 보이는 것도 다 다르니까.
그 차이를 가지고 쌈박질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평행선 긋기도 없다.
그나마 잘 찝어내고, 많이 아는만큼 잘 보는 사람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들의 의견이 결코 '보편론'일 수는 없다. 나름의 '권위'는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이와는 달리 아무런 분석도 없으면서 게임성 운운하며 마치 객관적인양 찌질대는 것은 '나는 이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해!'를 넘어서서, '당신도 이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독선과 아집... 이라고 하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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