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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5/05/09 18:58, Game]
어느 산업이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게임 산업은 유난히 '유저와의 상호 작용'이 강조되고, 개발자와 유저 사이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운 업종이다.

뭐 보통 열혈 유저가 개발자로 '레벨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개발자가 된 이후에도 열혈 유저로 남는 경우가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꼭 이런 이유가 아닐지라도, 특히나 온라인 게임은 유저와의 끊임없는 소통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유저는 스스럼없이 개발자의 세계를 논하고, 개발자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속하기도 한) 유저들의 세계를 이야기하게 된다고...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특성을 강조한다 할지라도, 엄연히 말해 개발자는 '서비스 제공자'이고, 유저는 '서비스 이용자', 즉 '고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발자와 유저 사이에는 어떤 소통이 가능한 것일까?

소통이란 상호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유저가 개발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 만큼이나, 개발자 역시 유저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개발자는 유저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1. 개발자의 고충?


유저는 알 수 없는 개발자들만의 고충이 분명 존재한다. 뭐 종종 이야기되는 주제이니 유저들도 피상적인 상황 지식들은 습득하고 있을 것이다.

강도높은 업무 진행과 잦은 야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강도에 비해 체감상 낮게만 느껴지는 연봉, 3~40대 이후에 대한 불안, 형편없는 업무 환경과 치졸한 후생 복지, 돈 잘번다는 주위 누구누구와 비교하는 가족들의 압박... 등등등

우와 개발자들 돈 많이 받네?! ... 라고 생각한 당신이 만약 이 바닥으로 들어온다면... '웹젠'에서 몇백만원 정도 뺀 현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불법 복제, 제값 받고 팔아서 이익 내기엔 너무 작은 시장, 설상가상격인 유저들의 공짜 근성, 그리고 무지한 윗선의 터무니없는 압박... 등등등


뭐 대부분의 중소 기업이 가지는 문제와 동일한 것들이고... 유저들도 이런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

아니, '알고만' 있을 것이다. 체감은 하지 못한다. 겪어보기 전에는 당연히 모를 일이다.

유저들이 알 수 없는 것은 이런 수많은 '현실의 벽' 앞에 개발자의 열정과 꿈이 나날이 시들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은 유저들은 '게임 개발자가 어찌!!!'라고 쉽사리 얼굴을 붉히겠지만, 개발자도 인간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억압된 주위 환경은 인간의 지성과 이성과 의지를 너무나도 손쉽게 박살낼 수 있다. 그나마 군대는 2년만 지나면, 아니 1년만 지나도 주위의 억압이 어느 정도 풀리지만, 개발자의 현실은 365일, 24시간 내내 개발자의 '꿈' - 단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어찌 보면 소박하면서도, 어찌 보면 터무니없이 거대한 - 을 억압한다.

이거 아니면 이 바닥에 있을 이유가 없다 -_- (출처: 게임회사 이야기http://neverwhere.egloos.com/)



이런 환경에서 개발자가 무기력해지는 것을... 가혹하게 말하자면 프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나약함'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변화를 비난해야 할 것인가?

... 당연히 이 사정을 잘 아는 개발자들 끼리는 비난할 리가 없겠지만...

유저들은 종종 비난한다.



2.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그런데... 나를 포함한 개발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유저들은 비난할 수 있다. 비난해도 된다.

개발자들은? 찍소리도 못해야 한다.

다른 산업에 비해 '개발자'와 '유저'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가끔 개발자 입장의 한탄이 유저들과의 말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엄밀히 말해 유저들은 고객들이다.

장사하려면 손님한테는 죽어사는 수밖에 없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뭐.

PDP TV를 개발해낸 연구원이 어느날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사용자가 '이 TV 뭐냐! 색감도 이상한 주제에 색깔이 막 번져!'라는 비난을 올려놨다고 해서 그 연구원이 '이런 ㅅㅂㄹㅁ야 내가 몇달을 밤새서 개발해낸 건데 당신이 그 고충을 알아?'라는 글을 올릴 수 있을까?

당연히 못한다.

'죄송합니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환불을 요청하시거나, 색번짐 현상에 대해서는 A/S를 신청해 주십시오. 항상 노력하는 xx전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게임 개발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잦은 소통을 가진다 할지라도 이것이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사이에 맺어질 수 있는 관계의 한계인 것이다.




3. 관계의 악용


아니 오히려 이러한 한계는 손쉽게 악용되곤 한다. '악용'이라... 이렇게까지 어감이 안좋은 말을 써야할는지는 좀 의문인데, 사실 별 것 아닌 눈속임이다.

서버 담당자가 실연을 당해서 한창 우울해하고 있는데, 때마침 새벽에 서버가 다운되어 버렸다. 당연히 핸드폰 때리고 어떻게든 이 서버 담당자를 호출하려 했지만, 수십번의 전화 끝에 겨우 연결된 이 담당자는 술에 쩔어서 눈물을 짜며 헤롱헤롱대고 있다.

'이거 안되겠네, 서버 프로그래머라도 호출해봐!'

... 이런 -_- 평소에 서버 담당자와 관계가 돈독했던 그 프로그래머도 옆에서 같이 술에 뻗어있다. 결국 아침까지 서버는 다운 상태로 유지되고, 유저들의 항의는 빗발친다.


당직 담당자는 없냐고? 중소 개발사에서 당직 세우는 경우라... 거의 못봤다. 담당자를 겨우 한명밖에 안두냐고? 대기업이라면 백업이 여러명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중소 개발사에서는 인건비 때문에라도 그런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IDC에서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고...

... 그래서 결국...

'게임 서버에 알 수 없는 하드웨어적 장애가 발생하여, 긴급 소집된 개발팀 전원이 밤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이 문제는 어쩌구 저쩌구... 결론적으로 우리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여... 주절주절... 그래서 결국은 아침까지 서버 닫습니다. 고객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뭐 이런 예는 아주 극단적이며, 어지간해서는 발생하기 힘든 '뒷담화'이다. 하지만 서버 다운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며, 그 뒤에 어떤 원인이 있든 간에 유저들은 저런 식의 공지만 보게 될 것이다.

'상호 소통'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런 눈속임은 '고객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4. 상호 작용?


이 쯤 되면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유저들과의 상호 작용이 대체 뭐지?'

개발자의 고충을 털어놓고, 결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유저들이 그것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하소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말싸움으로 전이되어 버리는 '고객과의 화기애매한 대화'가 소통인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고객 서비스'의 이면에 감춘 체 항상 웃는 얼굴과 상냥한 말투로 이루어지는 '일방적 통지'가 소통인가?

어느 쪽도 '상호 작용'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과연 개발자는 유저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아니, 유저들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활발하게 개발자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투정도 부려댄다. (예를 들자면 '왜 유료화를 하나요?'라는 식의...)

하지만 개발자는 유저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 찾지 못하겠다. 그러나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있는지도 모른다.

'개발자는 게임 그 자체(가 가지는 수익성?)로 유저에게 어필하면 된다.'

글쎄... 정답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부족하다.

이에 추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미 공개된 게임 시스템에 대해 유저들과 토론하고, 이를 개발에 적용하여 발전시키는 것' 정도일까?

그러나 게임 그 자체에 대해 유저와 논의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발사 단위''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며, 개발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소통은 되지 못한다.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개발 단계부터 추진해온 'IMC Wiki'. 모범 답안이지만 동시에 레어(rare) 답안이다.



현실적으로 개발자가 유저들과 나눌 수 있는 상호 작용은 무엇일까? 가능한 일일까?

'서비스 제공자''고객'이라는 한계가 결국 명확하게 그어져 있는 현실 속에서, 개발자가 유저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 혹은 이렇게 적어내려가는 글 하나하나가 어쩌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형태의 소통인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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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몬드 | 2005/05/10 00: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들지만 - 유저와 가까이 있는 개발자.. 결국 멋진 물건을 만들어주겠죠!! ^^
DGDragon | 2005/05/10 01: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돈.
글강 | 2005/05/10 08: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크몬드 // 역시 정답이죠 ㅎㅎㅎ 실천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DGDragon // 아니 이 무슨 뜬금없는 -_-;;; (핵심을 찌르면 아파요)
노류장화 | 2005/05/10 20: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대로
유저와 개발자가 상호관계가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유저와 개발자가 서로 소통하는 순간 이미 개발자는 그 가치상실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말씀하신 `공개된 게임 시스템에 대해 유저들과 토론하고, 이를 개발에 적용하여 발전시키는 것` 이미 이정도까지의 수준까지 내려왔다면 개발자란 이름을 붙이시면 안됩니다.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개발자의 몫이지 유저의 의견을 수렴해서 더욱 진보시킨다는건 자기 자신을 단순히 고객의 하수인 밖에는 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개발자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글강 | 2005/05/10 2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류장화 // 물론 개발자가 유저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은 절대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개발자가 자기 소신과 개발의 방향성을 명확히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저의 의견을 '가려서' 수렴하고 참고하는 것은... 전 옳은 일이라고 봅니다.
저는 제 스스로가 모든 예외 상황을 다 생각해낼 수 있을거라고 믿지는 않거든요 :)
DGDragon | 2005/05/10 21: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목에 대한 답이잖아요.
개발자는 유저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 답 : 돈.
글강 | 2005/05/11 00: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절헌 -_- 핵심 아프게 찌르지 말라니까... 쿨럭 ;;;
노류장화 | 2005/05/11 11: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강// 예 맞습니다.
개발자가 자기 소신과 개발의 방향성을 명확히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적으로 100% 옳습니다.
허나 다른글에서도 말씀하셨듯이 그런 자기 소신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한들 경영자 앞에서 그런점을 이야기 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이야기 한들 받아 들여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마인드로 작업하고 있으십니까?

게다가 스스로 예외 상황을 다 생각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걸 유저와 소통으로 풀어나가려는 자세는 개발자 자기 자신이 자신의 수명과 가치를 깎는 일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예외 상황은 분명 발생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런 예외 상황을 유저와의 소통으로 풀어나가려는 자세는 자기 자신을 그냥 그정도인 개발자로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허나 더 놀라운것은 그런게 이미 이 바닥의 관행이 되버렸다는게 큰문제겠죠.
오픈베타니 클로즈 베타니... 안정화된 시스템을 테스트하는게 아니라.
테스트 서버를 베타 서비스하면서 이미 완성된 게임처럼 떠벌리면서 말이죠..

DGDragon님이 말씀하신것 처럼 개발자는 유저에게 '돈' 이상을 바라면 안됩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돈'을 위해서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유저가 생각하지 못하는 모든 예외 처리도 해 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목적이 '돈' 이기 때문입니다.
글강 | 2005/05/11 1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류장화 // 네 동의합니다.
음 뭐랄까... 조금 이야기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
노류장화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모두 동의합니다. 다만 표현 수위에서 차이가 나는 것 뿐이랄까요?
제가 언급한 '유저의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노류장화님께서 걱정하시는 바와 같이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로 작용하거나, '당연히 거쳐야 하는 수순'으로 인식될 정도의 수위는 아니입니다. '참고'는 '참고'일 뿐이죠 ^^;;;

음 근데 노류장화님께서 언급하신 '소신'과 '방향성'이라는 것은 개발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개발 철학'인 듯 싶은데... 제가 윗글에서 말한 것은 그게 아니라 게임 개별 단위에 대한 개발 소신입니다. 게임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경영자에게 승인을 받은 개발 소신에 대한 언급입니다. 따로 경영자와 충돌할 소지가 있는 부분은 아니지요. :)
| 2005/05/11 11: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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