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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9/02/06 00:06, Game]
아 영양가도 없고 쓰잘데기 없는 글이 넘 길었다. 8연작은 또 처음 해보네. 이제 좀 끝내자능.


게임 디자인이란 실로 모호한 일이다.

정답이라는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최선이라 판단하여 선택한 디자인조차, 과연 이것이 최선일는지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랄까 근거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게임 어셋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완성된 게임이 재미있는 경우, 그 게임의 디자인은 최선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재미라는 것은 게임 디자인보다도 더욱 모호한 것. 이건 Case by Case도 아니고 심지어 Human by Human이다 ㄱ-;;;

그럼 출시된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그 경우 해당 게임의 디자인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정도 수긍해줄 수 있는 주장이지만, 게임의 상업적 성공에는 게임 디자인 이외에도 수많은 변수가 개입한다. 그걸 과연 게임 디자인의 공로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렇기에 게임 디자이너는, 기획자라는 존재는 모호함의 강물을 헤엄칠 수밖에 없다. 글쎄,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제시해 준다면 이 생각이 바뀔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기획자란 이런 모호함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어찌되었든 지구는 돌고, 해는 뜨고 지며, 일은 존재하니까... 기획자는 일을 - 게임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럼 디자인의 애매모호를 받아들이는 기획자라면... '과연 내가 한 게임 디자인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기획자가, 자신의 디자인이 최선이었음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신념?

나는 내가 내린 판단을 믿어. 이것이 내 역량 내에서 내가 내린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믿어. 이 디자인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 줄거야. 믿자!

... 라고?



아니.

나는 바로 이 지점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디자인은 (미칠듯이 꾸깃꾸깃 압축하고 초단순화 해보자면) 결국 '판단'이다. 하지만 기획자는 이 판단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고 기획자가 여기에 신념을 가져버린다면... 그리고 만약 프로세스가 기획자의 이 신념을 그대로 용인하는 구조라면!

그 순간 기획자의 신념은 개발에 독이 된다.

이것이 바로 [5번 글]에 나왔던 곤란한 상황. 기획자가 자신의 디자인에 신념을 가지고, 다른 직군에게 이 신념을 강요하는 구조.

아 물론 그 신념이 정말 재미있고,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한다면 해피 엔딩... 일까?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개발팀이 팀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에는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프로세스 하에서는 팀이 '우리'가 되지 못할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그렇다면... 기획자의 게임 디자인이 가지는 가치를 부정해야 할까? 기획자는 쓸모 없다고 인정해야 할까?

아니.

게임 디자인이라는 업무를 전담해야 하는 사람은 개발팀 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야 내가 내리는 결론은...

기획자는 프로세스를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프로세스가 기획자를 보약으로, 혹은 독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획자가 독이 되지 않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혹여 프로세스가 기획자를 독으로 만들고 있다면, 기획자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이러한 프로세스를 바꾸어 나갈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단 기획자 따위가 무슨 수로 개발 프로세스를 바꾸냐... 라고 하신다면 할 말 없음 ㄱ- 그래서 사실 이 부분은 디렉터 분들이 좀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겠는데 말이졈 -ㅁ-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떠한 프로세스가 기획자를 개발팀에 긍정적인 보약으로 기능하게 하는지, 내가 그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혹은 이것 역시 정답이 없는... 개발팀의 구성,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Case by Case가 되는, 애매모호한 것이 아닐까 두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내 경험의 한도 내에서 판단하기에...

우리 개발팀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프로세스는 기획자가 독이 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보약으로 기능하게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우리의 프로세스 구조를 통해 생각해 볼 구석이 생긴다면 그것으로도 성공.

핵심 키워드는... '우리가 게임을 만든다'라는 비전의 공유일까.



기획자들이 흔히 하는 불평 중의 하나로 '문서를 써봤자 아무도 안읽어효'라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문서를 제대로 쓰지 못한 기획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혹은 문서를 읽지 않는 다른 팀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저런 불평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문제이다.

구체적인 게임 디자인의 이전 단계에서, 그 어셋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우리가 무엇을 만드는지, 만들 것인지'에 대한 동일한 상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에...

기획자는 결국 자기만의 확신, 자기만의 신념으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다른 팀원들로서는 그렇게 나온 결과물 - 기획서가 그저 쌩뚱맞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악순환이다. 기획자가 열심히 일해봤자 개발에 독이 될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획자가 확신을 가질 수 없고, 섣부른 신념을 가져서도 안되는 게임 디자인에 대하여... '우리'가 참여하여 함께 논의하고 다듬으며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다.

아 혹여 이것을 '그냥 기획자가 무능한거네', 혹은 '그럴거면 기획자가 무슨 소용이야?', 또는 '기획자만 편하게 만들어 줄 뿐이잖아?'라고 받아들이는 분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길.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위하여 과연 무엇이 최선의 길이고 - 궁극적으로는 최상의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인가?

이 질문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이것이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답은 그 게임을 만드는 이들 모두가 함께 찾아가야 한다. 즉 '개발팀의 역량을 모두 합쳐서 찾아낸, 그만큼의 길'이 그 개발팀에게는 해답이 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작업을 누군가에게 전담시켜서는 안된다. 개발은 '우리'가 하는 것이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개발의 시작... 당연히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시작 지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기획자만 편해지고, 괜히 다른 직군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얹는다는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

아 물론 기획자가 만들어서 던지는 일을 수동적으로 받아서 하는 상황에 비해 보자면, 어깨에 얹어지는 짐이 더 무거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짐은 원래 모든 팀원의 어깨 위에 있어야만 하는 짐이었다.

이것이 부당하게 여겨지는가? 하지만 그 짐을 기획자에게 던지는 순간, 기획자는 부당한 권력(!)을 가지게 되고, 개발자는 일개 톱니바퀴가 될 수밖에 없으며,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것이 옳은가?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위하여 진행하는 것인데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누구에게도 결정을 전담시키지 않고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끊임없이 개발팀 내에서 공유하고 공유하며 또 공유한다.

...라는 프로세스가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개발팀을 위해서도. 그리고 기획자를 위해서도.



이런 환경이 갖추어지고, 기획자가 그 어깨에 지워진 부당한 짐을 덜어낼 수 있다면... 그럼 기획자는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기획자의 고유 업무라고 했던 게임 디자인과 밸런싱에만 주력하면 되나?

아니.

이젠 개발팀의, 개발 프로세스의 보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드디어 기획자는 계속 언급해 온 7단계에 마음놓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이런 환경에서는 기획자가 아무리 '독점'을 하려 들어도 애초에 독점이 발생할 수 없다. 얏호~ 기획자로서는 실로 신나는 상황인 것이다.

최대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고, 오지랖을 파바박 넓히면서, 잡부 근성으로 개발의 단계 단계마다 매끄럽게 기름칠을 하면 할수록... 그것이 개발에 도움이 된다. 결코 독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지점, '과연 내가 한 게임 디자인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홀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대답은 '우리'가 함께 찾아 줄 것이다. '우리''우리'의 역량 내에서 최선이라 믿는 길로.

마음놓고 모호함의 강물을 힘껏 헤엄쳐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는지는 이제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게 된다.

남은 것은 '노예처럼 일하셈!!!' 뿐.



물론 여러 번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개발팀의 프로세스라고 해서 우주 최강은 아니다 -_-a

[7번 글]에서 언급한 취약점들, 혹은 앞으로도 미치 깨닫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식견 짧은 내가 듣고 봐온 중에서는, 기획이라는 직군의 독소는 독소대로 골라내면서, 등골을 쏙쏙 잘도 뽑아먹는 효율적인(?) 구조인 듯.

피식. 마지막은 또 용비어천가인가효.

뭐 읽으시는 분들이 알아서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혹은 보완할 것은 보완해 가면서 참고하시는 수밖에 없다능 -ㅅ-



언젠가 훗날, 좀 더 내공이 쌓인 후에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지금 쓰잘데기 없이 길게만 주절거린 이 내용들을 비웃을 수 있을까?

'게임 기획자는 무엇무엇을 하는 사람이지. 게임 디자인이란 이러저러한 거잖아. 왜 그 때엔 이 명확한 걸 몰랐지? 피식.'

... 요로코롬 내가 나를 비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암튼 이번에는 이것으로 끝.

쓰잘데기 없는 내용인 주제에 스크롤만 길고, 논리도 마구마구 튀는 두서없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신 분들께... (와우 내 블록에서 이런 식으로 말 해보기는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_-) 감사드림미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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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닉 | 2009/02/06 0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 잘봤습니다.
글강 | 2009/02/06 09:46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
loki | 2009/02/06 09: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끝인가효? 이래놓고.. 짜짠... 9편 부록도 있었쥐.. 이런거 아닌가효? ㅋ
글강 | 2009/02/06 09:46 | PERMALINK | EDIT/DEL
하악 그럴리가효.
요즘 들어 너무 달려서 이제 또 한 두어달 푹 숙성시킬까 생각중인거졈 ㅋ
이아야 | 2009/02/06 10: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예처럼 일해야겠습니다. OTL
글강 | 2009/02/06 10:54 | PERMALINK | EDIT/DEL
ㅋㅋㅋ '노예처럼 일하셈' 이건 제가 즐겨쓰는 관용구(?)인지라 말이졈 ;
| 2009/02/06 1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글강 | 2009/02/06 11:05 | PERMALINK | EDIT/DE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불편하다뇨 :) 그럴리가요 :)
레이지폭스 | 2009/02/06 11: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들렀다가 마침 좋은글 있어서 잘보았습니다. :)
글강 | 2009/02/06 12:26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
(par)Terre | 2009/02/06 12: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떤 분야나 "기획" 이라는 자리는 "나아갈 길의 제시"와 "모호의 구체화"라고 생각합니다.
뜬구름 잡을 수는 없잖아요 ^^
글강 | 2009/02/06 12:58 | PERMALINK | EDIT/DEL
하악 뭔가 대단해 보이는 표현이신데요 ㅎㅎㅎ
전 그냥 '잡부' (...) 쪼끔 좋게 해주자면 '참모' 정도일까요 ㅋ
Bana Lane | 2009/02/09 14: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고민을 대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계속 이런 글을 써주셔서 저의 고민도 패키지로 해결해주세요~
잘 읽고 갑니다.
글강 | 2009/02/09 15:27 | PERMALINK | EDIT/DEL
ㅎㅎㅎ;
패키지로 해결할만한 능력은 아마 몇년이 더 지나야 생길까 말까일텐데요 ㅋ
그래도 잘 읽으셨다 하시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
Bana Lane | 2009/02/16 18: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씀드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단순히 제가 참고하려고 걸어둔 링크지만 다른 사람들도 보고 찾아올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링크만 걸어둔 것인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라도 아차 이건 아니다 싶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글강 | 2009/02/16 19:02 | PERMALINK | EDIT/DEL
괜찮습니다 :)
제 블록은 원래 불펌을 지향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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