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 2006/01/16 16:00, Game]
빗발치듯 쏟아지는 총알, 귓청을 찢는 폭음. 치열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주인공이 어딘가 한방 맞고 쓰러진다.
옆에 있던 전우가 "정신차려! 살아야해!"라고 외치며, 그 주인공을 질질 끌고가 치료를 해준다.
겨우 정신을 차린 주인공의 시야에 전우의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 그 전우는 총탄을 맞고 쓰러져 버린다.
분기탱천한 주인공! 떨쳐 일어나 적군을 향해 돌진~
주인공이 어딘가 한방 맞고 쓰러진다.
옆에 있던 전우가 "정신차려! 살아야해!"라고 외치며, 그 주인공을 질질 끌고가 치료를 해준다.
겨우 정신을 차린 주인공의 시야에 전우의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 그 전우는 총탄을 맞고 쓰러져 버린다.
분기탱천한 주인공! 떨쳐 일어나 적군을 향해 돌진~
... 이런 장면이 전쟁 영화에 나온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배달의 기수'가 나오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대부분 '으와 닭살돋게 유치하네! 미칠듯이 식상한 장면이잖아!'라고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그런데 저 장면이 왜 유치하고 식상한 것일까?
현실성이 없어서? 글쎄... 전쟁터에서 아주 없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별로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낼만한 상황 설정이 아니라서? 글쎄... 실제로 전쟁터에서 옆의 전우가 쓰러지면 버서커 모드를 발동하고 광분해 버리는 병사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과연 카타르시스가 부족한걸까?
그럼 왜...? 다른 전쟁극에서 너무 많이 본 장면이기 때문에?
내 생각엔 역시 이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우리들은 철저하게 '제 3자'가 되며, 방관자의 입장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장면을 너무 많이 접하면 당연히 식상하지. 별 감흥이 올 리가 없다. 우리는 제 3자니까.
그럼 실제로 전쟁터에 나아가서 저 주인공의 입장이 된다면 어떨까? 과연 그 때에도 '아아 전우가 이런 식으로 죽다니... 이렇게 식상한 상황은 너무 유치한걸'이라는 잡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평생 트라우마가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너무 많이 봤기에 식상한 코드라 할지라도...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입장이 된다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만약 전쟁을 소재로 한 FPS에서 저런 장면이 나온다면 어떨까?
역시 '식상해'라고 말하게 될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듯 싶다.
영화와 달리 게임에서는 내가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저 주인공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게임 역시 직접은 아니고, 간접 체험이라는 한계를 가지지만... 그래도 영화처럼 완전히 제 3자의 입장으로 남기엔 애매한 위치가 된다.
내가 직접 주인공을 움직이고, 전장의 폭음 속에서 총질을 해대는 거니까... 몰입의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거의 반쯤은 직접 전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상황에서 맨 처음 예로 들었던 장면을 '연출'로 접하게 되면... 머리 속으로는 '영화에서 흔히 보던 식상한 코드네'라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감성적으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나같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고... 나 역시 2차 대전 FPS를 앞으로 몇십편 더 하다 보면 저런 장면에 식상함을 느낄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아닌 듯 싶다. 아직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 인즉슨, 아직은 게임이 영화의 식상하기까지 한 전통적인 코드들을 가져다 쓸 여지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반 직접 체험(?)'을 통해, 아직은 더 우려먹을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 아닐까?
플랫폼과 장르를 불문하고 점점 온갖 연출이 부각되는 요즘의 추세를 볼 때... 게임계에서 영화의 연출 코드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뭐 이미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고.
게임은 유저를 그 연출 속으로 직접 밀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영화보다는 한층 더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몰입을 유도해낼 수 있는 기제(아마도 재미?)가 없다면 말짱 꽝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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