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 2005/09/01 07:02, Game]
1. 들어가는 글 - 관점의 차이
어떤 요인들이 MMORPG를 성공시키는가? 사실상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성공 요인은 광범위하게 넓어지기도, 혹은 협소하게 압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MMORPG의 성공 요인은 ‘충분한 자금과 기간의 확보’, ‘높은 수준의 인력 확보 및 프로젝트 관리’, ‘충분한 홍보 및 마케팅이 뒷받침되는 시기 적절한 런칭’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거시적인 관점이며, 각 요인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각론에 이르러 개별 성공 요인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이는 개발자라기 보다는 CEO나 프로젝트 총책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관점이다.
개발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MMORPG의 성공 요인은 컨텐츠 구현이라는 측면으로 보다 미시적인 압축이 가능하다. 즉 ‘컨텐츠의 개연성’, ‘엔드 게임 컨텐츠’, ‘컨텐츠 구현의 기술력’ 3가지를 대표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 개별 요인들의 퀄리티가 얼마만큼 조화롭게 아우러지느냐에 따라 MMORPG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협소한 관점이며, 아무리 게임의 퀄리티가 높다 할지라도 사업적 관점에서 필요한 다른 요인들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성공한 MMORPG가 되기는 힘들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 두 가지 관점 중, 여기에서는 개발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MMORPG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비록 협소함의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개연성’, ‘엔드 게임 컨텐츠’, ‘구현 기술력’의 3박자가 잘 맞추어진 MMORPG라면 혹여 시장 상황의 불리함이 존재할 지라도,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과 저력을 가질 수 있다. MMORPG는 결국 ‘상품’이며, 뛰어난 상품은 시장의 종속성을 벗어나 오히려 자기만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 단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우선은 일단 상품의 퀄리티를 극한으로 올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3가지 성공 요인을 효율적으로 구현해 내며, 조화롭게 아우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2. 개연성 - 세계의 창조
모든 MMORPG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공통 분모 중의 하나가 바로 ‘세계관’이다. 그 어떤 독특한 아이디어로 포장한다 할지라도, MMORPG라면 유저의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생활하며, 다른 캐릭터들과 공유할 수 있는 단일 세계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의 MMORPG를 유저들에게 소개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점이 바로 이 세계관인데, 이는 ‘유저들이 생활할 세계가 어떤 곳이고, 그 세계 속에서 유저들은 어떤 위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대답을 선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뛰어난 전투 시스템, 빼어난 그래픽 등 개발자적 입장에서 유저들에게 내세우고 싶은 부분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일단은 유저들이 어떤 곳에서 생활하게 될는지를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왜 세계관이 이토록 중요한 것인가? 여타 캐쥬얼 게임들과 달리 MMORPG는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갖추고 있게 된다. 그리고 유저들의 게임 진행은 간단히 말해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을 내세워 ‘생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요소가 이 가상의 ‘생활’을 즐겁게 하고,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가? 이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시 다채로운 요소들로 가득 차있으며, 유저들에게 항상 새로운 자극을 선사할 수 있는 세계 그 자체이다.
그럼 하나의 완결된 세계라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황무지에 유저들을 내동댕이쳐 버린다면 유저들은 ‘이 세계 속에서 내가 무슨 존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는 시점 이전에 개발자들은 미리 구축되어 있는 정치, 경제, 문화적 토대와 세계 나름의 가상 역사를 구비해 주어야 한다.
즉 MMORPG의 개발이라는 것은 곧 이러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레벨 디자인, 정치•경제 시스템 구축, 캐릭터 디자인, 아이템 디자인, 퀘스트 디자인 등의 모든 구현 작업은 이러한 ‘단일 세계관’이라는 틀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유기적 작동’에 있어 필요한 것이 바로 ‘개연성’이다. 개연성이란 흔히 소설 이론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야기의 배경 설정과 진행에 있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납득 가능한 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기제라 할 수 있다.
그럼 MMORPG 개발에 있어 개연성을 갖춘다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는 일단 치밀한 세계관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계는 어떤 지리적, 기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 세계는 어떤 구성원들을 가지고 있는가?’, ‘세계의 구성원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며, 어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세계의 구성원들은 어떠한 형태로 상호 작용하는가?’ 등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부터 모든 디자인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가 갖추어져 있을 때, 유저들은 그 세계 속으로 첫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이 이 세계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초반 몰입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개연성을 갖추고 있는 디자인과, 갖추지 못하고 있는 디자인의 차이는 다음의 예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연성을 갖추고 있는 예 : World of Warcraft에 등장하는 모든 종족들은 나름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종족과 반목하거나 공생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필드에 배치되어 있는 모든 인카운터들이 ‘왜 여기에 이들이 있으며 나와 반목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유저들은 주로 퀘스트를 통해 이러한 세계관의 개연성을 습득하게 되고, 이는 세계에 대한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유저 역시 하나의 종족을 선택함에 따라 특정 종족을 선택한 다른 유저들과 반목 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에 따라 이루어지는 PvP역시 개연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물론 레벨 디자인 역시 이에 맞추어 이루어져 있다.
개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예 : 리니지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종족 중 ‘엘프’와 ‘다크 엘프’는 서로 반목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설정은 각종 트레일러 무비 등에서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게임 진행에 있어서는 이러한 반목을 설명해 주거나, 갈등 상황이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기제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다크 엘프를 선택한 유저가 자유로이 엘프의 마을에서 활보하고, 다른 엘프 유저들과 우호적 상호 작용이 가능한 등 세계관과 게임 진행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개연성이 있는 세계가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그 세계가 갖추고 있는 완결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느낌이며, 이는 게임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개발의 측면에서 볼 때 개연성은 구현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발 초기 단계에 미리 갖추어져야 하는 개발 철학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개발의 방향성이 확고해지며, 구현 단계에 있어 실제로 부딪히게 되는 온갖 문제들의 해결 기준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연성은 MMORPG의 성공 요인 중 그 첫번째라 할 수 있으며, 하나의 MMORPG를 개발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3. 엔드 게임 컨텐츠 - 유저가 만들어가는 세계
개연성있는 세계란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하는 시점 이전에 완성해 두어야 하는 컨텐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한 이후를 위해 MMORPG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엔드 게임 컨텐츠라 할 수 있다.
개발자가 아무리 막대한 양의 컨텐츠를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할지라도, 결코 유저들이 그 컨텐츠를 소비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컨텐츠를 소비해버린 유저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게임에 몰입시킬 것인가? 어떻게 MMORPG의 생명력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것인가? 이 때 부각되는 것이 바로 ‘엔드 게임 컨텐츠’이다.
MMORPG가 제시한 모든 세계의 지식과 게임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아버린 유저들을 위해, 최종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엔드 게임 컨텐츠이며, 이 컨텐츠의 퀄리티가 곧 게임의 지속적인 생명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엔드 게임 컨텐츠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모든 MMORPG들은 각자의 독특한 엔드 게임 컨텐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엔드 게임 컨텐츠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PvE(Player vs Environment) 컨텐츠
흔히 ‘레이드’라 불리우는 대규모 유저들의 협동이 요구되는 인카운터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숙련된 유저들 다수가 모여서 합심해야 겨우 해결할 수 있는 높은 난이도의 인카운터 배치는, 유저들로 하여금 긴 시간이 필요한 도전을 강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소수’의 레이드 인카운터를 배치함으로써, ‘다수’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PvE 컨텐츠는 현재 수많은 게임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엔드 게임 컨텐츠이다.
아울러 PvE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의 인원이 집결되는 속에서 자연스레 유저간 커뮤니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컨텐츠와는 별개로 게임의 생명력을 보장해주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이어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흔히 ‘레이드’라 불리우는 대규모 유저들의 협동이 요구되는 인카운터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숙련된 유저들 다수가 모여서 합심해야 겨우 해결할 수 있는 높은 난이도의 인카운터 배치는, 유저들로 하여금 긴 시간이 필요한 도전을 강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소수’의 레이드 인카운터를 배치함으로써, ‘다수’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PvE 컨텐츠는 현재 수많은 게임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엔드 게임 컨텐츠이다.
아울러 PvE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의 인원이 집결되는 속에서 자연스레 유저간 커뮤니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컨텐츠와는 별개로 게임의 생명력을 보장해주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이어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2) PvP(Player vs Player) 컨텐츠
엔드 게임 컨텐츠로서의 PvP는 흔히 ‘전쟁’이라 불리울만치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유저간 전투 유도 컨텐츠라 할 수 있다. 세계관 자체에서 유저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 놓고, 숙련된 유저들 다수가 모여 지속적인 PvP를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PvE 컨텐츠가 유저들의 소비 속도를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계속된 PvP를 통해 미리 설정된 역사 이외에 유저들 나름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가고,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킴에 따라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창조해내는 것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PvP 컨텐츠가 이러한 수준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밸런싱과 레벨 디자인 등 온갖 구현 기술력이 요구되며, 유저들로 하여금 전투 욕구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잘 짜여진 PvP 컨텐츠는 개발자의 손을 떠나, 유저들 스스로 컨텐츠 생산과 소비의 톱니 바퀴를 돌리는 ‘완전 기관’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PvE 엔드 게임 컨텐츠와 같이, PvP 컨텐츠 역시 다수의 유저들이 집결함에 따라 얻어지는 커뮤니티 자생력을 기대할 수 있다.
엔드 게임 컨텐츠로서의 PvP는 흔히 ‘전쟁’이라 불리울만치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유저간 전투 유도 컨텐츠라 할 수 있다. 세계관 자체에서 유저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 놓고, 숙련된 유저들 다수가 모여 지속적인 PvP를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PvE 컨텐츠가 유저들의 소비 속도를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계속된 PvP를 통해 미리 설정된 역사 이외에 유저들 나름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가고,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킴에 따라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창조해내는 것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PvP 컨텐츠가 이러한 수준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밸런싱과 레벨 디자인 등 온갖 구현 기술력이 요구되며, 유저들로 하여금 전투 욕구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잘 짜여진 PvP 컨텐츠는 개발자의 손을 떠나, 유저들 스스로 컨텐츠 생산과 소비의 톱니 바퀴를 돌리는 ‘완전 기관’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PvE 엔드 게임 컨텐츠와 같이, PvP 컨텐츠 역시 다수의 유저들이 집결함에 따라 얻어지는 커뮤니티 자생력을 기대할 수 있다.
엔드 게임 컨텐츠를 쉽게 정의하자면 곧 ‘다수 유저들의 합심이 요구되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라 할 수 있으며, 그 주목적은 게임의 생명력을 늘리기 위해 컨텐츠의 소비 속도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함정은, 컨텐츠의 소비 속도를 줄이는 데에도 정도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는 결국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에서 이탈하게 하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아울러 밸런싱의 측면에서 볼 때,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에는 높은 수준의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러나 지나치게 훌륭한 보상은 곧 게임 내의 정치•경제적 밸런싱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드 게임 컨텐츠의 설계에는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MMORPG가 가지고 있는 각종 컨텐츠들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게 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구현이 어렵다 할지라도 MMORPG에는 반드시 엔드 게임 컨텐츠가 필요하며, 이를 갖추지 못한 MMORPG는 장기적인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음은 물론, 게임의 성공 역시 요원해 진다는 점이다.
4. 구현 기술력 - 가상 세계와 현실의 접합
성공하는 MMORPG의 3대 요인 중, 앞의 2가지가 주로 추상적인 개념이었던 데 비해, 마지막 요인인 ‘구현 기술력’은 보다 현실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개연성 있는 세계관을 짜고, 그 안에서의 온갖 내러티브를 설정하며, 수치 조절을 통한 밸런싱 작업을 치밀하게 한다 할지라도, 정작 이 모든 것들이 실제 결과물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무리 훌륭한 엔드 게임 컨텐츠를 설계하고, 수많은 유저들이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는 컨텐츠를 기획해 놓는다 할지라도, 정작 수십명의 유저들이 모이는 것 조차 감당할 수 없는 구현력이라면 그 설계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상기한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구현 기술력은 단순히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 작업 능력, 효율적인 코딩, 최적화된 클라이언트 및 서버 구현 능력 등을 재단하는 개념이 아니다. 구현 기술력의 핵심은 ‘컨텐츠의 구현이 얼마만큼 그 컨텐츠의 목적과 재미 요소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수백명의 유저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PvP를 엔드 게임 컨텐츠로 설정하고 있는 MMORPG가 있다고 할 때, 개별 유저 캐릭터에 사용된 폴리곤의 한계수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고, 각종 동작 애니메이션을 지나치게 다양화 하며, 온갖 스킬들이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지속적인 광역 계산을 수행하게끔 구현해 놓았다면, 과연 유저들은 적절한 PvP를 즐길 수 있을까? 유저들이 게임 화면을 눈으로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PC 사양이 좋지 못한 유저들은 엔드 게임 컨텐츠를 소비할 때마다 소위 ‘클라이언트 렉’이라 불리우는 프레임 저하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거의 모든 유저들이 서버 사이드 시간 지연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개별 캐릭터의 화려한 치장, 각종 스킬들의 화려한 이펙트 구현과 같은 나무 한그루에만 치중하다 보면, 정작 그 나무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숲은 그려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게임 개발 기술 능력으로, 개별적인 구현의 퀄리티는 마음만 먹으면 극한도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컨텐츠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높은 퀄리티라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본말이 전도되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구현 기술력이란 타겟으로 설정한 유저층의 게임 이해도, 전반적인 PC 사양, 네트워크 환경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이러한 한계 속에서 최대한 컨텐츠의 목적에 부합하게끔 최종 결과물의 기술 수위를 조절하고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적절한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PC의 사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사양의 한계에 따라 구현할 수 없었던 수많은 시각적 효과들이 점차 구현 가능해지고 있다. 따라서 MMORPG가 런칭하게 되는 미래의 시점에서 얼마만큼의 구현 퀄리티가 가능할 것인지의 여부는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수위 조절은 개발 기간 내내 상황에 맞추어 시소 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절을 얼마만큼 엄밀하고 꾸준하게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물의 퀄리티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퀄리티는 곧 MMORPG의 성공을 가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5. 나가는 글 - 3대 요인의 조화
이 글에서는 MMORPG의 성공 요인을 3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해 놓았지만, 과연 이 3가지를 개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3가지 요인이 하나의 MMORPG 내에서 독립적으로 작용하며, 게임의 퀄리티를 떠받치는 3개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성공하는 MMORPG란 이 3가지 요인이 모두 치밀하게 연계 작용하는 게임을 말하며, 3대 요인은 곧 기둥이라기 보다는 톱니바퀴와 같이 서로 맞물려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MMORPG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엔드 게임 컨텐츠를 미비했다면 그 MMORPG는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반대로 엔드 게임 컨텐츠가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세계에 개연성이 없다면, 정작 엔드 게임 컨텐츠에 도달할 만큼 게임에 몰입하는 유저의 수가 매우 적어질 것이다. 두가지를 아무리 훌륭하게 구비한다 할지라도 구현 기술력이 없다면? 모든 컨텐츠는 그림의 떡이 될 뿐이다. 즉,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3가지 요인 모두 다른 요인들에 기대어야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MMORPG는 결코 작은 규모의 게임이 아니며, 많게는 수십만, 수백만의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다. 그런 거대한 게임의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요소들이 단일화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다양한 요소들 모두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기반 위에서, 각 요소들의 유기적인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즉 MMORPG의 개발이란 곧 개별 요인들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각 요인들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발자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곧 이 정답 없는 시소 타기를 얼마만큼 잘 수행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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